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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매드랜드> 리뷰 : 유랑의 자유와 상실의 품격 사이

by lucet 2025. 5. 11.

 

영화 기본 정보

  • 제목: 노매드랜드 (Nomadland)
  • 감독: 클로이 자오 (Chloé Zhao)
  • 원작: 『노매드랜드 – 생존을 위한 미국의 은밀한 경제학』(제시카 브루더 저)
  • 출연: 프랜시스 맥도먼드, 데이비드 스트라탄 외
  • 장르: 드라마
  • 제작 국가: 미국
  • 상영 시간: 108분
  • 개봉 연도: 2020년
  • 수상: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수상

《노매드랜드》는 현대 미국 사회의 구조적 붕괴 속에서 살아가는 ‘노매드(유랑민)’들의 삶을 조명한 작품으로, 픽션과 다큐멘터리의 경계를 넘나드는 스타일로 구성되어 있다. 실제 유랑민들과 배우 프랜시스 맥도먼드의 현실적인 연기가 어우러져 진정성과 울림을 전달한다.


줄거리 요약 : 한 여자의 유랑, 그 안에 담긴 시대의 초상

영화는 2008년 금융위기와 미국 네바다주의 산업도시 엠파이어가 사라진 사건에서 시작된다. 주인공 ‘펀’(프랜시스 맥도먼드)은 남편과 함께 살던 이 마을에서 남편을 잃고, 이후 직장도 집도 모두 잃는다.

그녀는 중고 밴에 최소한의 생필품을 실은 채 미국 서부를 떠도는 노매드의 삶을 선택한다. 아마존 창고, 관광지 캠프장, 비트루트 수확 농장 등에서 단기 노동을 하며 겨울을 피해 이동하고, 노매드 커뮤니티에 속한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각자의 사연과 상처를 가진 유랑민들을 만나며, 상실을 견디는 법과 삶을 유지하는 방식, 그리고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다시 사유하게 된다.


시작하며 : 왜 우리는 《노매드랜드》를 기억해야 하는가?

《노매드랜드》는 단순히 ‘집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영화는 ‘삶의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 집을 떠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 정주하지 않는 삶은 회피인가, 해방인가?
  • ‘소속되지 않음’은 불행인가, 선택인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탈락한 사람들을 불쌍하게 묘사하는 대신, 영화는 그들의 삶을 하나의 철학적 태도로 접근한다. 이로써 《노매드랜드》는 시대를 꿰뚫는 사회적 리얼리즘이자,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 성찰이 된다.


본론 : 등장인물과 핵심 장면으로 본 노매드의 세계

1. 펀 (Fern) – 상실과 자유 사이의 주체

펀은 남편을 잃고, 삶의 기반이었던 도시 엠파이어마저 사라지며 사회적으로 ‘무연’ 한 상태가 된다. 하지만 그녀는 집을 떠나며 스스로 삶의 방식을 재정의한다.
그녀는 끝없이 떠돌지만, 그것이 방황이 아니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펀은 자립적이고 고요하며, 때로는 외롭지만 자신을 연민하지 않는다.
그녀는 유랑이 비극이 아닌 삶의 한 형태임을 보여주는 현대적 개인주의의 상징이다.

2. 데이브 (Dave) – 안정과 관계를 제안하는 인물

데이브는 유랑 생활 중 펀과 가까워지는 인물로, 펀에게 정착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는 가족과 함께 지내는 선택을 하고, 펀에게 함께 머물 것을 제안한다.
하지만 펀은 그것을 거절하고 다시 떠난다.

이 장면은 관계의 가능성과 자유 사이에서 인간이 어떻게 선택하는가를 보여주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3. 밥 웰스와 노매드들 – 실제 인물과의 만남

영화에 등장하는 많은 노매드들은 실제 유랑민들이며, 자신의 삶을 직접 연기한다.
밥 웰스는 노매드 커뮤니티의 중심 인물로, “자본주의가 우리를 버려도 우리는 서로를 잊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이 장면은 공동체와 연대의 가능성을 암시하며, 시스템 밖의 삶도 공동체성을 통해 의미를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철학적 질문으로 본 주제해석

1. 유랑의 삶 : 선택인가, 생존인가?

펀의 삶은 자발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사회적 붕괴와 상실에 의해 강제된 면이 있다.
그러나 그녀는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이를 통해 삶의 새로운 방식으로 전환한다.

이는 “비극이 선택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남긴다.
결국 《노매드랜드》는 사회적으로 주어진 조건 속에서도 인간은 선택의 주체로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2. 집이란 무엇인가?

집은 단지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관계와 추억, 정체성의 집합체다.
펀은 집을 떠났지만, 여전히 자신의 과거와 감정들을 밴에 실어 간직한다.

영화는 “우리는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지니고 살아가는가?”를 묻는다.
집을 잃은 그녀는 오히려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마주하게 된다.

3. 죽음과 상실에 대한 태도

펀은 노매드 친구의 죽음을 경험하고, 남편의 죽음을 계속 품고 산다.
이 영화는 죽음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응시하며, 죽음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조용히 보여준다.

펀이 다시 한 번 엠파이어를 방문하는 장면은, 과거와 작별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의식과 같다.
이 장면에서 우리는 상실을 견디는 품위를 목격하게 된다.


결론 : 시스템 밖에서 피어난 삶의 방식

《노매드랜드》는 유랑하는 삶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에 다가간다.
이 영화는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을 ‘낙오자’로 그리는 대신, 그들의 존재 방식을 이해하고 존중한다.

펀은 여전히 떠돌고 있고, 그 여정의 끝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외롭지 않다.
왜냐하면 그녀는 더 이상 삶을 피해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삶 속으로 깊이 걸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자료 출처

  • IMDb: https://www.imdb.com/title/tt9770150/
  • 『Nomadland: Surviving America in the Twenty-First Century』 – Jessica Bruder
  • Rotten Tomatoes 리뷰 모음
  • The New Yorker: Chloe Zhao 인터뷰
  • RogerEbert.com 평론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