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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틀 포레스트> 리뷰 : 도시를 떠나 마음을 돌보다

by lucet 2025. 5. 5.

 

 

영화 기본 정보

  • 제목: 리틀 포레스트 (Little Forest)
  • 감독: 임순례
  • 출연: 김태리, 류준열, 문소리, 진기주
  • 장르: 드라마
  • 개봉: 2018년 2월 28일
  • 러닝타임: 103분
  • 원작: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일본 만화 『리틀 포레스트』
  • 관람 등급: 전체 관람가

줄거리 요약 : 사계절을 돌아보며 나를 마주하다

영화는 도시 생활에 지친 주인공 ‘혜원’(김태리)이 돌연 고향으로 내려오며 시작된다. 공무원 시험과 아르바이트에 지쳐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그녀는 아무런 말도 없이 서울을 떠나 어린 시절을 보냈던 시골집으로 돌아간다. 그곳에서 혜원은 계절마다 다른 자연의 리듬에 맞춰 밥을 짓고, 밭을 갈고, 마을 사람들과 소소한 일상을 나눈다.

혜원의 삶은 자연과 함께 사계절을 돌며 차츰 변해간다. 봄에는 자취방에서 먹던 편의점 음식 대신 엄마에게 배운 방식대로 밥을 짓고, 여름에는 친구들과 수박을 나눠 먹으며 웃는다. 가을에는 수확의 기쁨을 누리고, 겨울에는 잃어버린 엄마의 흔적을 찾아 자신과의 내면을 마주한다.

혜원이 고향에서 보내는 이 시간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삶의 본질을 회복하는 치유의 시간이다. 영화는 사계절의 변화 속에 ‘나답게 사는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1. 왜 지금, <리틀 포레스트>인가?

느리게, 그러나 단단하게 살아간다는 것

<리틀 포레스트>는 빠르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의 피로와 고단함 속에서 ‘쉼’이라는 가장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감정을 되찾게 해 준다. 도심 속 삶은 효율과 속도에 중독되어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삶을 되돌아보며 "이렇게까지 바쁘게 살아야 하나?", "나는 누구를 위해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유도한다.

기술과 소비의 시대에서 <리틀 포레스트>는 대단한 사건이나 갈등 없이도 일상의 소소한 평온을 통해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넨다. 스토리보다는 삶의 감각, 감정보다는 경험의 축적에 집중함으로써 관객 스스로 자기 삶을 반추하도록 만든다.


2. 주요 인물 분석 : '혜원'과 그녀의 작은 숲

혜원 : 도시에서 도망친 것이 아닌,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

혜원은 단순히 실패해서 시골로 내려온 인물이 아니다. 그녀는 삶의 방향을 재정립하고 싶었던 것이다. 영화 내내 혜원은 과거를 회상하고 어머니와의 추억을 곱씹으며, 자신이 놓치고 있던 삶의 가치와 방식에 대해 고민한다.

그녀는 요리라는 행위를 통해 ‘돌봄’과 ‘존재의 확인’을 실현한다. 밥을 짓고, 요리를 하며, 계절의 흐름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그녀의 삶은 결국 자연의 리듬과 조화되는 삶의 회복을 보여준다.

재하와 은숙 : 혜원의 선택을 지지하는 또 다른 방식

류준열이 연기한 ‘재하’는 도시로 나갔다가 다시 돌아온 캐릭터다. 그는 혜원과 마찬가지로 농촌의 삶에서 무언가를 회복하고자 한다. 진기주가 연기한 ‘은숙’은 시골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인물로, 혜원의 길과는 상반된다. 이 세 인물의 시선은 각기 다르지만, 모두 ‘삶의 방향’이라는 공통된 질문에 각자 방식으로 답하고 있다.


3. 이야기 중심의 철학적 통찰 : '사는 대로 먹고, 먹는 대로 산다'

밥상은 사유의 공간이다

<리틀 포레스트>는 요리를 단순한 음식 행위로 그리지 않는다. 밥을 짓는다는 것은 삶을 되돌아보는 일이자, 자신을 돌보는 의식이다. 밥상 앞에 앉아 음식을 만들고 먹는 과정은 곧 ‘존재의 성찰’이 된다. 이는 마르틴 하이데거가 언급한 ‘주변세계 속 존재로서의 인간’ 개념과 맞닿아 있다. 혜원이 끊임없이 ‘무엇을 먹을까’를 고민하는 것은 곧 ‘어떻게 살아갈까’를 고민하는 것이다.

자연과 조화로운 삶 : 자급자족의 미학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자급자족의 철학'이다. 극 중 혜원은 장보다는 채소를 직접 키우고, 인스턴트 대신 제철 재료를 사용한다. 이는 단순한 생활 방식이 아닌, ‘삶의 태도’를 의미한다. 인간이 자연을 정복하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몸소 실천하는 것이다.

이는 유기농이나 친환경을 넘어서, ‘내 삶을 내가 기획하고 살아가는 것’에 대한 선언이기도 하다. 요즘 시대에 이는 매우 급진적인 메시지다.


4. 자연 속에서 회복되는 정체성

엄마라는 공백, 그리고 나 자신과의 화해

혜원은 극 중 어머니의 흔적을 따라가며, 상실의 아픔을 이겨낸다. ‘왜 엄마는 나를 두고 떠났을까?’라는 질문은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진다. 결국 그녀는 과거의 상처를 보듬고, 자신과의 화해를 선택한다.

그 화해는 어떤 대단한 깨달음이 아닌, 반복되는 일상 속 평온에서 시작된다. 삶은 격정적인 사건이 아니라, 작고 단순한 순간들이 모여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영화는 조용히 들려준다.


결론 : ‘리틀 포레스트’는 우리 안의 숲을 되찾는 이야기

<리틀 포레스트>는 거창한 메시지나 갈등 구조 없이도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이 영화는 한 사람이 도시에서 시골로, 분주함에서 고요함으로 이동하는 이야기를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건넨다.

  •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 나를 돌보는 일은 사치가 아니라 필수다.
  • 자연과 함께 숨 쉬며, 내가 만든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가장 인간적인 일이다.

도시의 삶에서 피로감을 느끼는 모두에게, 이 영화는 잠시 멈춰 서서 ‘나만의 숲’을 되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괜찮아, 조금 느려도. 너답게 살아도 돼."


자료 출처

  • 영화 <리틀 포레스트> (2018), 임순례 감독
  • 『리틀 포레스트』, 이가라시 다이스케 원작
  • 인터뷰 및 비평: 씨네21, 한국일보, 영화사 홈페이지 등
  • 하이데거 철학 인용: 『존재와 시간』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