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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괴물>리뷰 : 도덕과 진실, 과연 괴물은 누구인가.

by lucet 2025. 5. 25.

 

1. 영화 정보

  • 제목: 괴물 (Monster)
  •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Hirokazu Kore-eda)
  • 각본: 사카모토 유지
  • 출연: 안도 사쿠라, 나가야마 에이타, 쿠로카와 소야, 히이라기 히나타
  • 장르: 드라마, 미스터리
  • 제작국: 일본
  • 상영시간: 126분
  • 개봉일: 2023년 6월 (칸 영화제 최초 공개)
  • 수상: 2023 칸 영화제 각본상, 퀴어 팜상 수상

2. 줄거리 요약 : 세 개의 시선, 한 개의 진실

한 중학생 소년, 미나토가 점점 이상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어머니 사오리는 학교에 문제를 제기한다. 그녀는 아들이 학교 교사 호리에게 학대를 받았다고 믿으며,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려 한다. 교사 호리는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학교는 사태를 무마하려는 듯 무성의한 대응을 보인다.

영화는 이 사건을 세 가지 시점—어머니, 교사, 아이들—으로 반복적으로 보여주며, 각 인물이 보는 ‘진실’의 단면이 어떻게 다르게 드러나는지를 보여준다. 처음엔 분노와 의심, 그 다음엔 혼란, 마지막엔 슬픔과 공감으로 감정이 옮겨간다. 관객은 마지막 퍼즐 조각이 끼워질 때까지 끊임없이 판단을 보류하게 된다.


3. 등장인물과 핵심 장면 분석

3-1. 사오리 – “진실을 밝히는 어머니인가, 편견의 화신인가”

안도 사쿠라가 연기한 사오리는, 아들의 변화를 감지하고 사건을 해결하려는 강한 의지를 가진 어머니다. 그러나 그녀의 시점은 자식에 대한 사랑이라는 ‘편향된 필터’를 통해 세계를 해석한다. 그녀는 피해자 중심의 프레임에서 교사 호리를 '괴물'로 설정하며, 관객의 첫인상에도 영향을 준다.

핵심 장면: 교장실에서 교사와 맞서는 장면은 그녀가 정의를 위해 싸우는 듯 보이지만, 동시에 감정의 흐름이 논리를 압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리적 아이러니를 드러낸다.

3-2. 호리 교사 – “괴물로 몰린 평범한 인간”

교사 호리는 억울한 누명을 쓴 인물로 처음엔 비호감의 이미지였으나, 그의 시점이 등장하면서 인물의 온기가 드러난다. 그는 불완전하고, 때로는 소극적이지만 아이들에게 진심이 있는 교사다.

핵심 장면: 교사가 혼자 체육관에서 좌절하는 장면은, 한 인간이 사회적 프레임 속에서 어떻게 소외될 수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3-3. 미나토와 유우 – “괴물이라 불린 아이들”

아이들의 시점이 등장하면서 영화의 본질이 드러난다. 미나토와 유우는 세상의 잣대 속에서 존재를 정의받으려 하지만, 그들은 그저 ‘서로를 이해하고 싶은 아이들’이다. 영화의 제목인 ‘괴물’이 이 두 아이에게서 나온다는 점은 관객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핵심 장면: 폐건물 속에서 두 아이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며 도망치는 장면은, 이 영화의 감정적 정점을 이룬다. 이 장면은 폭력이나 괴롭힘의 프레임이 아니라, 오히려 순수한 연대와 이해에 가까운 감정을 담고 있다.


4. 이야기 중심의 철학적 통찰: 괴물이란 누구인가?

4-1. 진실의 다면성 –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

영화는 쿠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을 연상시키는 구조를 통해, 진실이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관점의 총합’이라는 점을 말한다. 같은 사건도 보는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다르며, 모든 인간은 자신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누가 옳은가”를 묻지 않는다. 그는 오히려 “우리는 얼마나 오해 속에서 살아가는가”를 묻는다. 특히 어른들의 세계가 얼마나 편협하고, 아이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데 서툰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4-2. 프레임의 공포 – 사회가 만들어낸 괴물

‘괴물’은 실제 존재가 아니라, 사회가 만들어내는 개념이다. 어머니는 교사를, 학교는 아이를, 그리고 관객은 어머니를 괴물로 인식하게 된다. 이 프레임은 진실을 왜곡하고, 인간을 낙인찍는다.

괴물은 언제나 ‘타자’이며, 그것은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존재다. 영화는 묻는다. “우리는 누군가를 괴물이라 부를 만큼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가?”

4-3. 이해와 공감의 가능성 – 아이들의 시선이 전하는 메시지

영화의 마지막은 아이들의 시점으로 수렴된다. 미나토와 유우의 관계는 ‘동성애’ 혹은 ‘사회적 비정상’이라는 시선에서 벗어나, 인간 본연의 이해와 연대를 보여준다. 그들은 도망치고, 숨으며, 세상과의 거리를 만든다. 하지만 그 안에서 그들은 가장 인간적이다.


5. 주제적 맥락과 사회적 메시지

5-1. 교육의 구조적 한계

영화는 일본 사회의 교육 제도, 특히 ‘성실한 교사’가 어떻게 시스템에 의해 희생되는지를 보여준다. 관리 중심, 이미지 관리, 학교 평판이 진실보다 우선하는 구조는, 현실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5-2. 부모의 자식 통제 욕구

사오리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식의 감정에 개입하고, 때로는 통제하려 한다. 이는 우리 사회의 ‘부모 권력’ 문제와도 연결된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기보다는, 아이들을 대신해서 말하려는 욕구가 비극을 불러온다.


6. 결론 : 괴물은 누구이며, 어디에 있는가?

<괴물>은 단순한 미스터리 영화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 내면과 사회 구조 속에서 발생하는 오해, 프레임, 권력, 감정의 충돌을 섬세하게 해부한 드라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어느 누구도 명확한 ‘가해자’나 ‘피해자’로 규정하지 않는다. 대신, 그는 질문을 던진다.

  • 우리는 얼마나 타인을 오해하고 있는가?
  •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낮아져야 하는가?
  • 진실은 하나인가, 아니면 여러 개의 조각인가?

이 영화는 관객으로 하여금 끊임없이 되묻게 만든다. 괴물이란 과연 누구였을까? 그리고, 그 괴물은 우리 안에도 있지는 않을까?


7. 참고자료

  • 영화 <괴물> 공식 홈페이지
  • 제76회 칸 영화제 공식 발표 자료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인터뷰: NHK, 2023년 6월
  • 일본 영화 전문 매체 "Cinema Today" 기사 (2023.07)
  • <괴물> 일본 현지 비평 (Asahi Shinbun, 202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