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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4등> 리뷰 : 순위에 가려진 성장의 이야기

by lucet 2025. 5. 4.

 

 

영화 기본 정보

  • 제목: 4등 (Fourth Place)
  • 감독: 정지우
  • 각본: 정지우
  • 출연: 유재상, 박해준, 이항나, 유재명
  • 장르: 드라마
  • 개봉: 2016년 4월 13일
  • 러닝타임: 116분
  • 제작: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 배급: 영화사 봄, CGV 아트하우스

줄거리 요약

초등학교 수영 선수인 준호(유재상)는 매번 대회에서 4등만 한다. 1~3등까지만 상을 받는 시스템 속에서 준호는 늘 주목받지 못하는 존재다. 아들에 대한 기대가 큰 어머니(이항나)는 더 강한 코치를 찾아 나서고, 그렇게 만난 새 코치 광수(박해준)는 철저한 성과 중심의 훈련 방식으로 준호를 몰아붙인다.

처음엔 눈에 띄는 성과가 있었지만, 훈련 강도는 점차 체벌로 이어지고, 아이의 심리와 신체는 점점 무너진다. 이를 눈치챈 학교 선생님과 주변 인물들이 개입하면서 준호와 어머니, 코치 사이의 긴장감은 최고조로 치닫는다. ‘4등’이라는 위치에 머무르는 아이를 통해 이 사회의 교육, 경쟁, 성공 기준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시작하며 : 왜 지금 ‘4등’을 말해야 하는가?

“누구보다 잘하려고 했는데, 늘 한 발짝 모자란다.”
영화 <4등>은 단순히 스포츠 드라마로 보기 어렵다. 이 작품은 성적과 순위 중심의 한국 사회, 특히 교육 현실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자, 어른들이 아이에게 부여하는 ‘성공’이라는 이름의 억압을 정면으로 다룬다.

정지우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위해 경쟁하고 있는가?”, “진짜 성장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특히 체벌과 폭력이 여전히 교육 수단처럼 용인되는 현실 속에서, 아이의 상처가 어떻게 어른의 선택과 연결되는지를 차분히 들여다본다.


본론 : 이야기 속 인물과 장면을 통해 본 주제 분석

1. ‘4등’이라는 위치의 상징성

영화의 제목이자 중심인 ‘4등’은 순위에 포함되지만 보상받지 못하는 위치다. 1등만 기억하는 사회, 3등까지만 시상하는 시스템은 그 이하의 노력과 존재를 무시한다. 준호는 결코 게으르지도 부족하지 않지만, 사회는 그를 "노력하지 않는 아이"로 치부한다.

이 상징은 단지 수영 경기 결과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심지어 인간관계에서도 늘 상대적 위치를 강요받는 현대인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된다.

2. 부모의 기대와 자녀의 현실

준호의 어머니는 전형적인 한국 사회의 학부모상이다. 성적이 곧 사랑의 척도인 것처럼, 더 좋은 성적을 위해 강압적인 방법도 수용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다 너 잘 되라고"라는 말로 포장된 소유욕과 대리 만족이 존재한다.

아이의 감정보다 성과를 우선시하는 태도는 많은 가정에서 반복되는 문제이며, 이는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정당화되기 쉽다. 영화는 이러한 부모의 내면을 날카롭게 조명한다.

3. 체벌이라는 이름의 폭력

광수 코치는 과거 국가대표 출신이지만, 체벌을 정당화하며 “정신력”과 “근성”을 강조한다. 이는 실제로 많은 체육계와 학교 현장에서 목격되는 장면이다. 문제는, 이러한 폭력이 "성과만 나온다면 괜찮다"는 암묵적 동의 아래 지속된다는 점이다.

영화는 이러한 폭력의 구조를 비판함과 동시에, 광수라는 인물도 피해자였음을 보여준다. 즉, 폭력은 전염된다. 피해자가 가해자로 전이되는 악순환의 구조를 영화는 섬세하게 그려낸다.

4. ‘진짜 성장’이란 무엇인가

결국 영화는 준호가 1등을 하느냐 못하느냐가 핵심이 아니다. 중요한 건 준호가 스스로를 믿게 되는 순간, 자신의 속도와 리듬을 찾는 순간이다. 성장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이 개인마다 다르다는 사실을 이 영화는 강조한다.

준호의 성장 서사는 승리의 결과가 아니라, ‘자기 존재에 대한 수용’과 ‘타인의 기대에서 벗어난 자유’를 통해 완성된다.


철학적 통찰 : 경쟁 중심 사회에서의 인간다움

1. 인간은 ‘성과’로만 평가될 수 있는가?

현대 사회는 유례없이 경쟁을 조장한다. 영화는 "성과=존재의 가치"라는 공식에 균열을 낸다. 주인공 준호는 그 균열의 출발점이며, 모든 ‘4등’들이 그렇듯,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무너져가는 존재들의 대변자다.

이는 장자철학에서 말하는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지만 세상의 모든 생명을 살린다"는 말과 닿아 있다. 사회가 무시하는 ‘낮은 곳’에서 진짜 인간다운 가치가 발견될 수 있다는 메시지다.

2. 푸코의 권력 이론과 교육 시스템

미셸 푸코의 권력 이론에 따르면, 학교는 규율 사회를 형성하는 대표적인 장소다. 체벌은 권력을 드러내는 방식이며, 주체성을 파괴하고 복종을 유도한다. 영화 속 코치의 행위는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적 폭력의 일환이다.

준호가 자신만의 목소리를 회복하는 것은 단지 개인의 해방이 아니라, 권력 구조에 대한 거부이자 저항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

3. 니체의 초인과 자기 극복

한편, 니체는 인간이 자신을 극복할 수 있을 때 ‘초인’이 된다고 보았다. 영화 <4등>에서 준호는 자신의 약함과 무기력을 그대로 인정함으로써 진짜 강함을 찾아간다. 이는 외부 기준이 아닌, 내면의 기준을 중심에 놓는 삶을 향한 전환이다.


결론 : 우리 안의 ‘4등’을 이해하는 시간

영화 <4등>은 단지 수영장 속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교실, 가정, 회사 등 우리 일상의 모든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순위의 논리, 경쟁의 강박, 성과의 강요는 모든 인간관계를 피폐하게 만든다.

하지만 영화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준호의 선택은 작지만 분명한 변화의 시작이다. 우리 사회가 다시금 질문해야 할 시점이다. "진짜 성장과 성공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완성되는가?"

이 영화는 모든 ‘4등’들에게 말한다. “괜찮아, 너는 충분히 잘하고 있어.”


자료 출처

  • 영화 <4등> 공식 보도자료
  • 정지우 감독 인터뷰, 한국영상자료원, 2016
  • 미셸 푸코 『감시와 처벌』
  •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교육부 체벌 금지 관련 지침 자료,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