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반짝이는 박수소리> 리뷰 : 침묵의 언어로 전하는 사랑의 서사
영화 기본 정보
- 제목: 반짝이는 박수소리 (Breathing Underwater)
- 감독: 이길보라
- 장르: 다큐멘터리
- 제작연도: 2014년
- 러닝타임: 80분
- 제작국가: 대한민국
- 배급사: 엠앤엠 인터내셔널
- 공식 상영 등급: 전체 관람가
- 영화 수상: 제40회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 수상 외 다수
- 출처: KMDb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줄거리 요약 : 소리 없는 세상에서 반짝이는 대화
<반짝이는 박수소리>는 청각장애인 부모와 비장애인 자녀로 구성된 '코다(CODA, Children of Deaf Adults)' 가족의 일상을 따라가는 다큐멘터리다. 감독 이길보라는 직접 자신의 부모님을 카메라 앞에 세우며, 가족이 서로에게 '언어'가 되는 방식을 기록한다.
보라는 청인으로 태어났지만, 청각장애를 지닌 부모님과 함께 수화로 성장해 왔다. 영화는 단순히 장애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수화라는 언어를 중심으로 가족 구성원들이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보살피며, 삶의 방식을 만들어가는지를 다룬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부모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자녀 사이의 소통은 단절이 아니라 새로운 언어의 가능성이다. 영화 속 가족은 소리 대신 손으로 말하고, 표정으로 웃으며, 손끝으로 마음을 건넨다.
시작하며 : 왜 이 영화를 다루는가
<반짝이는 박수소리>는 단순한 가족 다큐멘터리의 범주를 넘어서, 인간의 본질적인 ‘이해’와 ‘소통’에 대해 묻는다. 현대 사회가 당연하게 여기는 ‘말’과 ‘소리’라는 도구가 사라졌을 때, 인간은 어떤 방식으로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가? 이 영화는 바로 그 질문에 손끝으로 대답한다.
또한 이 작품은 장애를 ‘극복의 대상’이 아닌 ‘하나의 존재 방식’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기존의 다큐멘터리와 뚜렷이 구별된다. 장애를 동정이나 한계가 아닌, 삶의 정체성으로 받아들이는 시선은 오늘날의 다양성 담론에도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본론 ① : 수화는 단지 언어가 아니다
수화는 단지 ‘소리를 대신하는 언어’가 아니다. 그것은 감정과 맥락, 정체성과 문화를 담고 있는 독립적인 언어 체계다. 영화 속 이길보라 감독의 부모님은 소리를 듣지 못하지만, 누구보다 풍부한 감정과 유머, 사고를 표현한다.
이 영화가 수화를 단순한 보조 수단으로 다루지 않고, 주체적인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그리는 방식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영화 속 장면 중, 가족들이 수화로 다투고, 화해하고, 사랑을 나누는 장면들은 수화가 얼마나 정교하고 입체적인 언어인지 직접 보여준다.
감독의 카메라는 이를 그저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 역시 수화를 사용하는 당사자로서 깊이 있게 기록한다. 즉, 영화는 청각장애인의 언어를 외부의 호기심 어린 시선이 아니라, 내부자의 시선으로 조명한다.
본론 ② : '코다(CODA)'의 정체성은 누구의 것인가?
이길보라는 청각장애인 부모 아래에서 태어난 ‘코다(CODA)’이다. 그녀는 소리와 수화, 두 세계를 모두 경험하며 성장했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된다. 영화는 이러한 '경계의 삶'에 대한 내면적인 고백이기도 하다.
보라는 때로 부모를 대신해 세상과 소통하는 ‘통역자’ 역할을 수행한다. 병원, 학교, 공공기관에서 보라는 어린 나이에 이미 가족의 언어적 창구가 된다. 이로 인해 그는 조숙함과 책임감, 동시에 혼란과 정체성의 균열을 겪는다.
<반짝이는 박수소리>는 이러한 코다의 복합적 정체성을 조명하며, 우리가 생각하는 ‘정상가족’이라는 개념의 프레임을 흔든다. 보라는 자신이 어느 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다고 느끼지만, 결국 그 경계 위에서 새로운 자기 정체성을 만들어간다.
본론 ③ : 가족, 언어, 그리고 '다름'의 의미
이 영화의 가장 큰 힘은 ‘가족’을 다루는 방식에 있다. 영화 속 가족은 청각장애라는 장애를 중심으로 모여있지만, 장애 그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를 이해하고자 하는 태도다. 이는 영화의 한 장면에서 절절하게 드러난다.
예를 들어, 보라가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와중에도 부모님의 병원 방문에 동행하고 통역을 맡는 장면은 단순한 ‘효도’나 ‘의무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가족 언어의 연대’이며, 사회적 제도의 간극을 메우는 비공식적 연대의 실천이다.
또한 영화는 청각장애를 ‘다름’으로 인정하며, 이를 존중하는 태도를 중심에 둔다. 수화를 모국어로 쓰는 이들의 문화를 타자화하지 않고, 그들의 일상을 존중하며 평등하게 그려낸다. 이는 관객이 장애에 대해 가지고 있던 무의식적 편견을 자연스럽게 깨뜨리는 방식이다.
결론 : 손끝으로 완성한 존중의 공동체
<반짝이는 박수소리>는 청각장애를 가진 부모와 그 자녀 사이의 삶을 통해, 인간 이해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말이 없어도, 귀가 들리지 않아도, 우리는 충분히 사랑할 수 있고, 연결될 수 있으며, 함께 살아갈 수 있다.
이 영화는 소리의 부재를 결핍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손끝에서 시작되는 소통의 방식이 얼마나 깊고 풍부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것은 하나의 언어적 혁명이며, 사회가 바라보는 장애에 대한 통념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선언이다.
감독 이길보라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단지 가족의 이야기를 넘어서는 보편적 질문을 던진다. “우리에게 언어란 무엇인가?”, “진정한 소통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얼마나 타인의 ‘다름’을 존중하고 있는가?”
이 작품은 우리로 하여금 듣는 귀보다, 이해하려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반짝이는 것은 박수소리가 아니라, 그 소리를 들으려는 마음이다.
자료 출처
-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KMDb): https://www.kmdb.or.kr
- 서울독립영화제 수상 내역: https://sifff.kr
- 다큐멘터리 관련 학술자료: 박은정 (2018), 「코다(CODA) 정체성과 가족 다큐멘터리」, 한국영상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