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리뷰 : 청춘의 나침반이 되다
영화 기본 정보
- 제목: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The Motorcycle Diaries)
- 감독: 바우테르 살리스 (Walter Salles)
- 장르: 전기, 드라마, 로드무비
- 개봉연도: 2004년
- 원작: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의 여행 일기
- 출연: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에르네스토 게바라 역), 로드리고 데 라 세르나 (알베르토 그라나도 역)
- 언어: 스페인어
- 상영시간: 126분
- IMDb 평점: 7.8/10
- 수상내역: 2004년 칸 영화제 공식 초청, 아카데미 주제가상 수상 외 다수
줄거리 요약 : 두 청년의 남미 대륙 횡단기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는 훗날 혁명가 ‘체 게바라’가 되기 전, 의대생 ‘에르네스토 게바라’가 친구 알베르토 그라나도와 함께 낡은 모터사이클 ‘라 파우데로사(La Poderosa, 뜻은 강력한 것)’를 타고 남아메리카 대륙을 여행한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이 여행은 단순한 배낭여행이 아닙니다. 1952년, 23세의 게바라는 친구 알베르토와 함께 아르헨티나를 출발하여 칠레, 페루, 콜롬비아, 베네수엘라에 이르기까지 8,000km를 횡단합니다. 처음에는 유쾌하고 낭만적인 모험으로 시작되지만, 여정이 계속되면서 이들은 가난, 질병, 불평등, 식민주의의 잔재를 몸소 마주하게 됩니다.
특히 페루의 한센병 병동에서의 체험은 게바라의 가치관에 결정적인 전환점을 마련합니다. 영화는 이 청춘의 여정을 통해, 이들이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게 되는지, 그리고 그들의 내면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섬세하게 포착합니다.
청춘의 모험 그 이상 : <모터사이클 다이어리>가 주는 이야기의 힘
1. 모험으로 시작된 여정, 사유로 바뀌다
처음 게바라와 알베르토의 여행 목적은 모험 그 자체였습니다. 술과 여자, 그리고 대자연의 광활함을 만끽하려는 낭만적 욕망이 그들의 에너지를 이끌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은 여행의 주도권을 빼앗깁니다. 더 이상 ‘우리가 어딜 갈지’가 아닌, ‘어디가 우리를 부르는가’가 중요한 질문이 됩니다.
이 지점에서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는 전통적인 로드무비의 틀을 넘어서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기 시작합니다. 나는 왜 사는가? 나는 이 세상을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가?
2. 현실을 직시한 청년의 눈 : 가난, 착취, 병든 사회
게바라와 알베르토는 여행 도중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며 현실의 무게를 체감합니다. 안데스 산맥을 넘어가는 인디오 노동자들, 무산자 부부, 한센병 환자들… 이들은 남미의 땅에서 ‘살아가는 것’조차 투쟁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게바라는 점차 ‘의사’라는 직업적 사명감 이상으로, 그들을 위한 구조적 변화를 갈망하게 됩니다. 여기서 영화는 단지 개인의 성장서사가 아닌, 한 시대의 민중의 목소리를 증폭하는 도구가 됩니다.
체 게바라의 변곡점 : 이야기로 풀어보는 철학적 해석
1. 관찰자의 자리에 멈추지 않다
여행 중 게바라는 점점 더 많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집니다. 그는 처음에는 관찰자였지만, 점차 그 삶의 현장에 동참하는 인물로 변모합니다. 이는 단순한 감정 이입을 넘어 ‘참여적 존재’로서의 전환입니다.
이 과정은 사르트르의 실존주의를 떠올리게 합니다. 인간은 ‘자신이 선택한 행위’에 의해 정의된다는 이 철학은, 게바라가 단지 의료인이 아닌 혁명가로 성장하게 되는 정신적 초석이 됩니다.
2. 다리를 건너는 자, 경계를 허무는 자
영화의 후반부, 게바라는 생일을 맞아 강을 헤엄쳐 건넙니다. 이는 단순한 수영 장면이 아니라, '경계를 넘는 의지'의 상징입니다. 병원 내 강의 양쪽은 ‘의료진’과 ‘환자’라는 신분의 벽을 상징하는데, 게바라는 그 벽을 자발적으로 허물며 환자들 사이에서 밤을 보냅니다.
이 장면은 한 인간이 사회적 분리와 계급 구조에 대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며, ‘연대’라는 키워드가 극적으로 드러나는 지점입니다.
주제 분석 : 청춘, 책임을 향한 자각의 시간
1. 청춘은 단순히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많은 영화가 청춘을 낭만과 열정으로 묘사하지만,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는 ‘책임’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청춘의 본질을 직시합니다. ‘나는 나만을 위한 사람이 아니다’는 자각은, 게바라를 내면적으로 변화시킨 핵심입니다.
2.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가
자유는 단지 제약이 없는 상태가 아닙니다. 영화는 자유를 ‘타인의 고통에 응답할 책임’으로 해석합니다. 남미의 피폐한 현실을 보고도 외면하지 않는 것, 그리고 나의 삶의 방향을 다시 설계하는 용기. 이것이 <모터사이클 다이어리>가 말하는 진정한 자유입니다.
결론 : 모터사이클보다 더 멀리 간 마음의 여정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는 단순한 청춘 영화도, 전기 영화도 아닙니다. 그것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인간 존재의 철학적 여정이며, 불의에 응답하는 연대의 시작점입니다. 게바라는 더 이상 여행자나 의사가 아닌, 세상의 구조를 바꾸기 위해 길 위에 선 인간으로 태어납니다.
그 여정은 우리에게도 질문을 남깁니다. 나는 지금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나의 선택은 누구를 향한 것인가? 그리고 나는 어떤 세상에서 살고 싶은가?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는 단지 체 게바라의 이야기이기 이전에, ‘나’라는 개인이 세상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를 되묻는 청춘의 나침반입니다.
참고 자료
- Guevara, Ernesto Che. The Motorcycle Diaries: Notes on a Latin American Journey, Ocean Press.
- IMDb - https://www.imdb.com/title/tt0318462
- Rotten Tomatoes - https://www.rottentomatoes.com/m/motorcycle_dia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