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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위키드> 리뷰 : '악의 탄생'을 다시 쓰는 마법의 서사

lucet 2025. 5. 5. 16:33

 

영화 기본 정보

  • 제목: 위키드 (Wicked)
  • 감독: 존 M. 추 (Jon M. Chu)
  • 출연: 신시아 에리보, 아리아나 그란데, 제프 골드블럼, 미셸 여, 조너선 베일리 외
  • 장르: 뮤지컬, 판타지, 드라마
  • 개봉일: 2024년 11월 예정 (1부)
  • 러닝타임: 미정 (2부작 중 첫 번째 파트)
  • 원작: 그레고리 머과이어 소설 『Wicked: The Life and Times of the Wicked Witch of the West』
  • 제작사: Universal Pictures

줄거리 요약 : ‘마녀’가 되기까지의 이야기

<위키드>는 <오즈의 마법사> 속 ‘서쪽의 사악한 마녀’ 엘파바의 시점을 통해 오즈의 세계를 다시 쓰는 작품이다. 초록색 피부를 가지고 태어난 엘파바는 외모로 인해 차별받고 외면당하며 성장한다. 그녀는 정의로운 성격과 강력한 마법 능력을 지녔지만, 세상의 편견과 권력 구조에 의해 점차 ‘악역’으로 몰리게 된다.

엘파바는 학교에서 인기 많고 빛나는 존재인 글린다를 만나 갈등하면서도 깊은 우정을 쌓는다. 그러나 오즈의 지도자이자 권력자인 위대한 마법사의 이면을 알게 되며, 엘파바는 체제를 거스르고 정의를 택한 결과 ‘사악한 마녀’로 낙인찍히는 운명을 맞이한다.

이 영화는 오즈 세계의 ‘다른 시선’을 통해, 선과 악의 기준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되묻는다. 즉, 단순히 악인이 되어가는 이야기라기보다는, 악이라는 이름으로 가려진 진실을 조명하는 서사다.


시작하며 : 왜 지금, <위키드>인가?

악을 다시 정의하는 시대의 이야기

우리는 오랜 시간 동화 속 ‘악당’을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받아들여 왔다. <오즈의 마법사>의 초록 마녀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위키드>는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이야기를 정반대의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이는 단순한 패러디가 아니라, ‘타인의 시선으로 정의된 정체성’에 대한 통렬한 질문이기도 하다. 현대 사회의 소수자, 차별, 억압, 오해에 대한 문제를 엘파바라는 캐릭터를 통해 환상적으로 풀어낸 이 이야기는, 지금 이 시대에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2024년 극장 개봉작 <위키드>는 원작 뮤지컬의 매력과 현대적 영상미를 더해, 세대 간의 공감과 새로운 해석을 동시에 전달한다.


등장인물 및 주요 장면 분석

1. 엘파바 : 초록 피부의 마법사, 정의로운 반역자

엘파바는 외면당하고 소외된 인물이지만, 타고난 도덕성과 사회에 대한 질문을 멈추지 않는 인물이다. 그녀의 마법은 오히려 통제와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결국 ‘위협’으로 낙인찍힌다. 그녀는 절대 악인이 아니다. 오히려 가장 인간적인 고뇌를 가진, 정의로운 존재다.

그녀가 ‘사악한 마녀’가 되는 과정은 마치 현실에서 시스템에 저항하는 이들이 사회적으로 단죄당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엘파바는 우리 시대의 ‘불편한 진실’을 상징한다.

2. 글린다 : 빛과 명예 속의 회의자

글린다는 엘파바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캐릭터다. 그녀는 예쁘고, 인기가 많고, 사회적 지위에서도 유리하다. 그러나 그녀는 시간이 흐르며 점차 엘파바와의 우정을 통해 기존 질서에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영화의 후반부에서 글린다가 엘파바를 선택하지 못하는 장면은 인간이 얼마나 체제에 안주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장면이다. 그녀는 엘파바를 사랑하지만, 현실과 진실 사이에서 갈등하며 결국 체제를 선택한다. 이 장면은 관객에게 묵직한 질문을 남긴다.


이야기 속 철학

1. 선과 악의 경계는 누가 그리는가?

엘파바는 악하지 않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녀를 악하다고 믿는다. ‘사악하다’는 낙인은 그녀의 행동 때문이 아니라, 권력자에게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 구조를 통해 ‘악이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묻는다.

이는 미셸 푸코가 말한 ‘담론의 권력’과 연결된다. 누가 말하고, 누가 기록하느냐에 따라 ‘진실’이 결정되는 것이다. 엘파바의 행동은 진실을 향한 외침이지만, 세상은 그녀를 ‘악녀’로 기입한다.

즉, 이 작품은 "누가 선을 규정하고, 누가 악을 규정하는가?"에 대한 문학적이고 철학적인 사유의 장이다.

2. 우정과 연대 : 진실을 지키기 위한 유일한 힘

<위키드>에서 가장 강력한 감정선은 ‘엘파바와 글린다’의 관계다. 이들은 서로 다른 배경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지만, 진정한 우정을 나눈다. 그 관계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서로를 통해 변화하고 성장하는 일종의 연대다.

현대 사회에서 진실을 외치는 이는 고립되기 쉽다. 엘파바가 마법사에 맞서며 모든 사회적 기반을 잃는 순간에도, 그녀의 선택이 의미 있는 이유는 글린다와의 관계 덕분이다. 이것이 바로 ‘우정’이 사회적 저항의 도구가 될 수 있는 이유다.


주제 해석 : 이 영화가 전하는 다층적 메시지

1. 소외된 자의 이야기 : 다른 이들이 보지 못한 진실

엘파바는 소수자다. 그녀의 외모는 사회가 규정한 ‘정상성’에서 벗어나 있으며, 그녀의 행동은 체제에 반한다. 영화는 이 시선을 통해 차별, 혐오, 낙인의 구조를 정면으로 조명한다.

특히 오늘날의 젠더 문제, 인종 문제, 정치적 분열 속에서 <위키드>의 서사는 ‘누가 가장 먼저 소외되는가’에 대한 메타포로 작용한다. 관객은 엘파바를 통해 우리 사회의 무의식적 폭력을 돌아보게 된다.

2. 시스템에 저항하는 한 사람의 용기

엘파바는 끝내 체제에 순응하지 않는다. 그 선택은 고통과 고립을 동반하지만, 동시에 그것이 진실을 지키는 방식임을 보여준다. 이는 마치 소크라테스가 말한 ‘악법도 법이냐’는 질문을 떠올리게 한다.

엘파바는 우리가 회피했던 질문을 대신 마주하며, 관객에게 ‘나였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를 끊임없이 묻는다.


결론 : 다시 읽는 동화, 새로운 시대의 서사

<위키드>는 단지 동화 속 마녀의 재해석을 넘어서, 인간의 본성과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정면으로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초록색 마녀의 눈으로 본 오즈는 그리 마법적이지 않다. 오히려 현실보다 더 날카롭고, 더 복잡한 감정들이 얽혀 있다.

이 영화는 우리가 ‘선’이라 믿어온 것이 정말 선인지, ‘악’이라 여겨온 존재에게는 어떤 이야기가 있었는지를 묻는다. 엘파바는 그렇게, 사소하고 사적인 진실들을 우리 앞에 꺼내놓는다.


자료 출처

  • 영화 <Wicked> (2024), Universal Pictures 제작 노트
  • 뮤지컬 <Wicked> 원작 대본 및 Broadway 자료
  • 그레고리 머과이어 『Wicked』 원작 소설
  • 미셸 푸코 『말과 사물』
  • 현대 뮤지컬 비평집, 《현대서사의 전복적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