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늘을 걷는 남자> 리뷰 : 필리프 프티의 위대한 도전
영화 기본 정보
- 영화 제목: 하늘을 걷는 남자 (The Walk)
-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 (Robert Zemeckis)
- 주연: 조셉 고든-레빗 (Joseph Gordon-Levitt), 샬롯 르 본 (Charlotte Le Bon), 벤 킹슬리 (Ben Kingsley)
- 장르: 드라마 / 모험 / 전기
- 개봉일: 2015년 10월 9일 (한국 기준)
- 상영시간: 123분
- 제작국가: 미국
- 원작: 『To Reach the Clouds』 – 필리프 프티 자서전
- 영화 등급: 전체 관람가
줄거리 요약: 하늘 위의 외줄, 인간의 불가능을 넘어
1974년, 프랑스의 외줄타기 곡예사 필리프 프티(조셉 고든 레빗)는 인류 역사상 가장 대담한 도전을 계획한다. 그것은 바로 건설 중이던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 사이를 외줄 하나로 연결하고, 허가받지 않은 상태에서 그 줄 위를 걷는 것이다.
프티는 자신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주변에 동료들을 모은다. 이들은 일종의 '범죄적 예술 행위'로 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철저한 계획과 위장, 야간 침투 등을 거쳐 줄을 설치한다. 드디어 1974년 8월 7일 아침, 필리프는 지상 400미터 높이에서 공중을 걷기 시작한다. 바람과 시간의 흐름, 경찰의 위협까지 마주하면서도 그는 약 45분 동안 줄 위를 자유롭게 거닐며 인간 의지의 극한을 보여준다.
본론: 하늘과 인간 사이의 이야기
1. 외줄타기를 통한 정체성의 확립
영화는 단순한 스릴을 넘어서 ‘자기 정체성의 선언’으로서의 외줄타기를 조명한다. 프티에게 외줄은 곧 삶의 본질이다. 이는 단순한 묘기나 퍼포먼스가 아니라, 자기 존재의 증명이다. 영화 초반, 그는 거리의 공연자로서 무명의 삶을 살고 있으며, 정형화된 세상에 자신을 끼워 맞추지 못한다. 하지만 쌍둥이 빌딩을 발견한 순간, 그는 자신의 운명을 확신한다. 이 구조물은 그에게 ‘길’이자 ‘목적’이며 ‘도전’의 상징이 된다.
2. 협력과 공동체의 중요성
필리프의 도전은 결코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영화는 그를 둘러싼 다양한 조력자들—사진가, 전직 외줄타기 선수, 연인 등—의 헌신과 협업을 강조한다. 각 인물은 필리프의 꿈에 동참하며, 그들 역시 자신들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계기를 맞는다. 이는 개인의 꿈이 공동체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메시지이다.
3. 현실을 초월하는 ‘불법적 예술’
필리프의 행위는 엄밀히 말하면 ‘불법’이다. 허가 없이 건물에 침투하고, 공공 안전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비판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영화는 이를 ‘예술적 범죄’로 해석한다. 이는 마치 반항적인 예술가가 체제에 균열을 내며 새로운 질서를 제안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그의 외줄타기는 단순히 높이에서 걷는 행위가 아니라, 인간 정신의 자유를 선언하는 퍼포먼스이다.
주제 해석: 두려움, 도전, 그리고 삶의 균형
1. 두려움은 인간의 본능이자 동력
하늘 위 외줄을 걷는다는 상상은 대다수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필리프 역시 영화에서 끊임없이 두려움을 느낀다. 하지만 그는 그 두려움을 무시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한다. 영화는 ‘두려움’이 결코 제거되어야 할 감정이 아니라, 인간을 더 깊이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임을 이야기한다. 그는 공포를 이기려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 ‘함께 걷는 법’을 배운다.
2. 줄 위의 균형은 삶의 은유
외줄타기는 곧 삶의 은유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삶에서 줄 위를 걷고 있으며, 매 순간 선택과 균형이 필요하다. 좌우로 흔들릴 수 있지만 중심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은 곧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투쟁이다. 이 영화는 그 줄을 걷는 자의 고독과 책임, 자유와 불안, 희열과 공포를 동시에 그린다.
3. 위대한 도전은 반드시 거창할 필요는 없다
프티의 도전은 그 자체로 위대하지만, 영화가 궁극적으로 전하는 메시지는 ‘당신만의 줄이 있다’는 것이다. 영화는 관객에게 묻는다. “당신은 어떤 줄 위를 걷고 있는가?” 그 줄이 물리적 외줄이 아니더라도, 각자의 삶에서 넘고 싶은 목표와 마주하는 도전은 모두의 삶에서 반복되는 드라마다.
철학적 통찰: 자유의 정의와 삶의 주체성
1. 자유란 무엇인가?
필리프의 행위는 철학적으로 볼 때 ‘진정한 자유’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는 법의 테두리를 넘어서 자신의 꿈을 실현함으로써 자유를 선언한다. 이는 장자나 니체가 말한 ‘자기 초월적 자유’에 가깝다. 그는 누구의 허락도 필요 없이 자신이 정한 규칙 속에서 존재한다. 자유란 제약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규칙 속에서 온전히 살아가는 방식이라는 점을 영화는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2. 삶의 주체성은 스스로 정의되는가?
영화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 중 하나는 필리프가 줄 위에서 앉아 뉴욕의 하늘과 바람을 감상하는 장면이다. 그것은 ‘행위’가 아닌 ‘존재’의 순간이다. 그는 거기서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삶의 주체로 존재한다. 우리는 바쁘게 무언가를 ‘해야만’ 존재의 가치를 얻는다고 착각하지만, 진정한 삶은 단지 존재 그 자체로도 충분하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결론: 하늘을 걷는 남자, 우리 모두의 이야기
<하늘을 걷는 남자>는 단순한 외줄타기의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꿈을 꾸는 모든 이들에게 보내는 찬사이며, 두려움을 품은 이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다. 우리는 모두 삶이라는 외줄 위를 걷고 있다. 때로는 흔들리고, 때로는 멈춰서기도 하며, 때로는 뛰어넘고 싶어진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걷는다는 것’ 그 자체다.
영화는 관객에게 말한다. "당신의 줄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위를 걷고 있는가?"
이 질문 하나만으로도 <하늘을 걷는 남자>는 충분히 가치 있는 영화다.
참고 정보 및 출처
- 필리프 프티 자서전 『To Reach the Clouds』
- Sony Pictures 공식 영화 소개 페이지
- IMDb 영화 정보: https://www.imdb.com/title/tt3488710
- 영화감독 로버트 저메키스 인터뷰 (Variety, 2015)